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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Univ. (2020-1)

5 min read

※ 과거 일을 회상하는 글이라 일부 과장, 왜곡, 축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0. Before Univ.

Interview

제가 POSTECH(이하 "포스텍")에 온건 상당히 운이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3학년에 졸업했음에도 어찌 보면 재수를 한 사람인데, 이건 나중에 시간이 되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도 당시 2가지 종류의 면접을 봤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나는 일정 시간을 주고 문제를 푼 다음 교수님 앞에서 설명하는 수리 면접 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소위 인성 면접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면접이었습니다. 제가 당시 풀었던 문제를 다 설명하려면 너무 긴 내용이 될 것 같으니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아무튼, 기존 포스텍에서 나왔던 문제와는 조금 다른 문제가 나왔습니다. 기존에는 "못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박기" 같은 창의력을 묻는 문제가 나왔었는데 이런 문제를 보니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저는 수학을 꽤 못하는 사람이었기에 떨리는 손을 붙잡고 문제를 풀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럼에도 대학교 면접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망했습니다.

1번 문제는 잘 풀었는데, 2번 문제에 말도 안되는 답변을 했습니다. '어떤 산이 있고, 그 둘레에 드론들이 일정 간격으로 떨어져 있을 때 모든 드론이 반대편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냐.' 라는 문제에 저는 나름대로 잘 답변하였다고 생각했지만... 제 답변을 조용히 듣던 교수님이

"학생이 구한 값은 드론이 산을 뚫고 직선거리로 이동한 것 보다 빠른 것 같은데? 다시 해볼래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머리가 하애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1번 과정을 그대로 잘 사용하기만 해도 쉽게 수정할 수 있는 오류였는데, 그 때는 뭐가 씌였었는지 횡설수설하며 5분 동안 허둥대기 바빴습니다. 매우 충격적인 경험이었나 봅니다. 아직도 교수님께서 도와주려고 하다 결국 시간 없다고 그냥 다른 면접으로 넘어가는 그 장면이 이리 선명하게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이미 끝나버렸다는 생각을 가지고 본 인성 면접은 의외로 무척이나 좋은 분위기였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입학할 당시 포스텍은 자기 학교에 얼마나 애착이 있는지도 중요하게 여겼는데 다행스럽게도 저는 그에 부합하는 사람이었던 거죠. "포스텍에서 활동을 많이 했네요? 뭘 했는지 기억나는대로 말해볼래요?" 라는 질문에 저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이공계 학과 대탐험' 이라던지, 'CT 캠프'라던지 제가 포스텍에서 했던 모든 활동들을 나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걸 했는지, 어떤 걸 느꼈는지 이런 것들을 최대한 자세하고 많이 말입니다. 이게 꽤 좋은 인상을 남겼는지 나갈 때 보니 교수님들 표정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자소서에 관한 다른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너무 오래되서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후보' 라는 결과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운 좋게도 다음 추합 때 바로 붙게 되어서, 입시 자체는 굉장히 빨리 끝났습니다. 붙은 사람의 배부른 소리라고 하면 할 말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입시 과정이 다사다난 했던(부상으로 인해 면접 준비를 수술과 같이 하기, 면접 몇 일 전에 긱블 오는 행사에 반드시 참여해야겠다고 싸우기 등등...) 것과 달리 입시 결과는 너무 빨리 결정되다 보니 허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네요. 이거 하나를 위해 여태껏 공부했나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의무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것들이 끝났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후련했습니다.

입시가 끝나고 자유를 만끽하려 했으나 딱히 놀아본 적이 없어서 하루 종일 게임만 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1. In Univ. (2020-1)

Change Major

저는 화학을 좋아했습니다. 사실 화학을 좋아해야만 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분명 조금 더 어렸을 때는 화학을 공부하는 게 즐거웠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입시를 위해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화학보다 컴퓨터를 더 좋아했을 거지만, 입시를 위해선 그래도 잘하는 걸 적어서 내야 했기 때문에 자소서는 전부 화학 쪽을 기반으로 썼습니다.

하지만, 포스텍은 무려 '무학과'를 지원하죠. 입학과 동시에 학과가 결정되는 다른 학교와 달리 내가 원하는 학과를 나중에 결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컴퓨터 공학을 2학년 1학기에 선택하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제가 포스텍이나 카이스트를 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였는데 다행히도 성공했네요.

Hacking?

돌아가서, 저는 화학 대신 해킹을 공부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그냥 멋잇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마 유령이라는 드라마 영향이 제일 큰 것 같네요. 어릴 때 봤던 것들이 커서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게 사실일까요.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만, 못해볼 건 또 뭐야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짜피 컴퓨터 관련 베이스도 크게 없었기 때문에 가릴 게 없기도 했고요. 마침 포스텍에는 Postech Laboratory for Unix Security(이하 "PLUS") 라는 동아리가 있었으나, PLUS는 동아리임에도 상당히 복잡한 입부 과정과 많은 컴퓨터 사전 지식을 요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초보가 통과하는 건 정말로 시간을 많이 쏟아야 가능할 것 같네요. 물론 제가 입부를 담당할 때는 개구리 올챙이 시절 기억 못하듯 '이걸 왜 못하지'를 시전 했던 것 같지만 말이죠. 그랬으면 안 되는 건데...

아무튼, 해킹을 배울 다른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으니 일단 주는 문제라도 풀어보자 싶었습니다. 동아리 워게임 사이트에서 문제 푸는 친구들의 점수가 같이 보이니 경쟁하는 맛도 있고 일정 점수 이상을 얻으면 뽑기 같은 걸로 밥약도 갈 수 있었으니 일석이조였습니다. 지금 와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전 수업 듣기 대신 워게임을 풀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코로나 시기라 그냥 캠만 켜두면 되서 더 거리낌이 없었죠. 덕분에 학교 시험 공부는 좀 덜 했지만 해킹이란게 뭔지는 그 때 꽤 진득하게 맛볼 수 있었습니다.

PLUS는 스터디 사이트 문제 풀이 -> 면접 -> 여름합숙 -> QE 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기간이 한편으론 긴장되고, 다른 한편으론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면접도 보고, 시험도 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아슬아슬하게 PLUS 부원으로 들어간 게 아마 2020년도 7-8월?(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아마 문 닫고 들어갔던 것 같은데. 어찌됐든 들어왔다면 OK가 아닐까요?

아래와 같은 만행을 저질렀음에도 뽑아주신 동아리 선배분들에게 다시 감사를 표합니다. (실명 나온 건 요청 시 지우는 걸 고려해보겠습니다.)

  1. 파일들 hwp로 보내기 pasted image 1781960508588
  2. 웹 모르는 채로 웹 면접 보기 pasted image 1781960592056
  3. 서버에서 zombie process 무한 증식시키기 pasted image 1781962791976
  4. 기타 등등...

당연히, 학교 성적을 그리 잘 받았냐고 하면 아니었습니다. 저는 AP 사기단(?)이라서 대부분의 과목을 S로 빼기도 했고, 땡겨 듣기도 했기 때문일겁니다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가장 큰 영향은 수업을 듣는 대신 워게임을 풀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성적이 좋지 않음에 대한 일종의 자기 위안이지만 아직까지는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미래의 저는 어떻게 생각할진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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